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1-03-02 09: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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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ILO 협약 비준됐지만…‘정규직만 노조할 권리’ 등 과제 남겼다

동자가 자유롭게 노조할 권리 등을 담은 국제노동기구(ILO·아이엘오) 핵심협약 3건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내법에서 ‘노조할 권리’는 여전히 제한적인 데다, 파업 등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핵심협약 105호는 여전히 비준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어 보완해야 할 과제가 뚜렷하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아이엘오 핵심협약은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29호 △노사의 자발적인 단체 설립 및 가입 등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87호 △노동자 단결권 행사 보호와 자율적 단체 교섭 장려 등을 규정한 98호 등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아이엘오 8대 핵심협약 중 7가지를 비준하게 됐다. 정부가 아이엘오에 핵심협약 비준서를 기탁하면 1년이 지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이행을 통해 국격 및 국가 신인도 제고에 기여하게 됐다는 데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이엘오 핵심협약은 세계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국제규범이다. 아이엘오 회원국은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하는 게 원칙인데, 아이엘오 187개 회원국 가운데 146개국이 8개 협약을 모두 비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이 8개 협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한국은 1991년 아이엘오 가입 뒤 국내 사정을 이유로 들며 결사의 자유·강제노동 관련 네 가지 협약 비준을 미뤄왔다. 이에 2011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유럽연합은 한국 정부에 핵심협약 비준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협약 비준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아이엘오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을 추진했고, 지난해 12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협약 비준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협약과 달리 국내법에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노동자의 범위가 여전히 협소하게 규정되고 있는 까닭이다. 노조법 2조가 대표적이다. 노동계는 현행 노조법 2조는 노동자·사용자를 좁게 정의해 직고용된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한한다고 비판한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하청·간접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만나 교섭할 권리 등 법률상 ‘근로자’, ‘사용자’ 개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노조의 대의원과 임원 자격을 재직자로 제한(노조법 23조 1항)하는 점도 ‘노조할 권리’를 축소하는 규정으로 지목된다. 이런 조항들은 지난달 공개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협정에 따라 한국 정부가 아이엘오 협약 비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한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윤애림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은 “노조법을 개정했다고는 하지만, 협약에 미달된 부분이 많다”며 “(협약이) 1년 뒤 국내법에 효력을 가지면 더 많은 문제 제기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엘오 핵심협약 105호가 아직 비준되지 않은 점도 과제로 남았다. 105호 협약은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파업 참가 등에 대한 제재로 강제노동을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형벌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 협약을 비준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거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노동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국가보안법 등에 따라 노역을 동반하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105호 협약 탄생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직후 식민지 경험을 했던 나라들에 관행으로 남아있는 강제노동을 철폐하자는 것”이라며 “21세기 한국이 이 협약을 비준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사보기]

 

[출처 : 한겨레, 취재기자 : 박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