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2-09-22 13: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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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법원도 인정


라디오 출연 ‘노동환경’ 증언 이유로 정직 3개월 … 서울행정법원 “허위발언 아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태 증언은 허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파리바게뜨에 인력을 공급하는 피비파트너즈는 제빵기사의 라디오 프로그램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제빵기사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했지만, 부당정직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피비파트너즈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단 두 차례의 재판만으로 나온 1심 결론이다.

최유경 수석부지회장, TBS라디오 출연
“비위생적인 화장실, 보건휴가 반려” 발언

징계의 발단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수석부지회장인 최유경씨가 지난해 3월11일 T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최씨는 당시 “업무량이 많은데 연장수당을 못 받아 제빵기사들이 화장실을 가는 시간을 쪼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증언했다. 높은 주방 온도 때문에 땀에 절어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데도 이용이 어렵다거나 보건휴가를 신청해도 반려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맹점주들은 “마치 모든 가맹점이 불결한 환경에서 여성 질환에 걸릴 수밖에 없는 제빵기사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듯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취지로 피비파트너즈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피비파트너즈는 협의 없이 라디오에 출연해 허위사실을 진술해 가맹점과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최씨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최씨가 본사에 들어와 조합원과 면담하고 부당노동행위 가해 의혹을 받는 임원과의 만남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워 업무를 방해했다는 부분도 징계사유 목록에 담겼다. 사측은 그해 5월 명예훼손과 품행 불량 등을 이유로 최씨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최씨는 부당징계와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는 부당징계만 인정하며 부당노동행위 부분은 기각했다. 중노위도 초심을 유지하자 사측은 올해 1월 소송을 냈다.

법원 “정당한 노조활동 일환”
“단협 조항, 오히려 법률 위반 소지”

법원은 최씨의 증언이 허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당한 노조활동의 일환이라고 봤다. 먼저 비위생적인 화장실 등 업무 환경을 지적한 발언은 파리크라상이나 가맹점주를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인터뷰에서 피비파트너즈는 전혀 거론한 바 없고,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를 두 차례 언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발언이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재판부는 “가맹점주가 연장근로시간 인정을 거부하며 제빵기사의 수당 청구를 방해하는 사례들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최씨의 발언은 연장근로수당 수급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해당 발언은 수당이 없는 연장근로를 피하려고 업무시간 중에 화장실을 가는 횟수를 줄여야 하는 실태를 설명하고자 제시된 하나의 근거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보건휴가 반려’ 언급 역시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주휴일·휴무일 사용까지 불허하면서 회사가 출근을 명령했다”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단체협약 조항 자체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지난해 단체협약에는 “휴무일 최대 7일을 원칙으로 하되 제1일은 주휴일, 제2일은 휴무일로 간주하고 제8일부터 조합원이 신청한 바에 따른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지회측은 단협이 개정되며 미리 정해진 휴무일 7일을 소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차나 보건휴가가 반려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를 두고 재판부가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본사 항의 방문’은 징계사유로 인정됐다. 사전에 연락을 취해 임원 입장을 듣는 등 일정 조율 없이 본사를 방문했다는 이유다. 또 업무시간 중이라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본사 방문’만 징계사유 인정 “징계 과중”
최유경 수석부지회장 “사측 끝까지 소송 예고”

한 가지 징계사유만 인정한 재판부는 정직 처분이 과중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직 3개월은 ‘해고’와 ‘대기’ 처분 다음의 중징계에 해당한다”며 “그런데 (항의 방문은) 부당노동행위 의혹 규명의 목적이 있었고 일회적인 비위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하면 정직 기간을 상한인 3개월로 정한 것은 과중하다”고 지적했다.

판결 이후 최씨는 여전히 사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노위 판정 이후 석 달치 임금을 주면서 보낸 공문을 보면 대법원까지 소송을 예고했다”며 “소송 비용과 시간에 들이는 노력을 현장 처우를 개선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 한 명과 면담한 임원의 행동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최씨를 대리한 손명호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피비파트너즈의 징계는 노동자가 라디오 등 언론에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말할 기회 자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번 판결에서 정당한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발언한 것이라면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취재 : 홍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