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2-10-31 10:55:16
네이버
첨부파일 :

대법원 “현대차·기아 간접공정도 불법파견” 첫 판결

 

간접공정 노동자의 불법파견이 대법원에서 최초로 인정됐다. 대법원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간접공정을 담당한 사내하청 노동자도 원청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직접고용 범위를 전체 공정으로 확대한 것으로, 제조업계의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1년 넘게 기다린 사내하청 노동자들
‘간접공정’ 노동자, 불법파견 쟁점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와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7일 기아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기아 271명·현대차 15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아 사건은 2011년 7월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1년3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도 11년11개월 만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기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의 경우 대법원이 2010년과 2015년 의장·엔진 조립 노동자들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적 있다.

이날 선고된 사건은 기아 2건과 현대차 5건(1차 4건·4차 1건)이다. 대법원은 정년이 지난 일부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또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됐다면 받았을 금액과 사내하청 임금 사이의 차액 107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123억원의 청구금액 중 대부분이 인용됐다.

완성차 업계의 불법파견 논란은 2010년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확산됐다. 이번 사건의 원고들도 2010~2011년 사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하급심에서는 공정의 종류에 따라 판단이 엇갈렸다. 직접공정인 도장·의정은 대체로 인정됐지만 서열·불출, 수출·선적 등 간접공정은 재판부마다 다른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법원의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이 후속 불법파견 사건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와 기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1995~2005년 사이에 사내하청에 입사해 기아 화성·광주 공장과 현대차 울산·아산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하지 않는 ‘간접공정’ 업무를 수행했다.

도장·의장 등 직접공정 이외에도 서열·불출, PDI, 출고·포장, 범퍼제작 등이 주된 작업이었다. 기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외 서열작업장 서열’과 ‘공용기 회수·운반·정리’ 등을, 현대차 노동자들은 ‘수출·방청’과 ‘서열·분출’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노동자들은 이 같은 업무수행이 현대차와 기아를 사용사업주로 하는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된다며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고, 임금 차액 상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2년을 초과해 계속해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사용사업주(원청)는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내하청 ‘모두’ 불법파견” 최초 판단

법조계 “리딩케이스, 모든 업계 적용” 의미

1·2심은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직접·간접공정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구체적인 작업을 지시·감독했다고 봤다. 근로조건이나 근태관리 등이 사용사업주의 지배 또는 통제하에 있는 경우에만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결정권한’이 어느 사업주에게 유보됐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주목할 점은 ‘모든 공정’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원고들이 담당한 모든 공정에서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판시했다. 노동자들이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원청의 작업현장에 파견됐다고 명시했다.

기아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기아의 상당한 지휘·명령 △기아 사업에의 실질적 편입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부존재 △사내협력업체의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미비 등을 근거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이 옳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사건도 마찬가지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간접생산 공정에도 작업 소요시간에 따른 시간당 생산 대수, 세부업무별 투입인원 등을 전부 피고가 결정했다”며 “사내협력업체가 스스로 독자적인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2차 하청의 ‘서열·불출’ 업무를 수행한 노동자 3명에 대해서는 원심이 근로자파견 판단요소를 구체적으로 심리했어야 한다며 파기했다.

법조계는 모든 공정의 불법파견이 확인됐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그동안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한 직접공정에 대해서만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불법파견의 ‘리딩케이스’”라며 “모든 자동차업계의 공정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이 물류업무나 2차 하청까지도 현대차와 기아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기본적으로 원청이 사용하는 근로자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오늘 판결을 계기로 불법적인 사내하청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아가 파견법을 위반한 사용자를 처벌할 것도 요구했다. 그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2010년 초부터 사용자를 계속 고발했는데도 수사가 지지부진했다. 유사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사내하청 노동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취재 : 홍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