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3-05-03 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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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올해 기소 분석] ‘경영책임자=실질적 권한’ 해석 굳어진다

 


전체 14건 중 올해 3건 기소 … “경영책임자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명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명확해지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직위와 명칭에 관계없이 사업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다면 경영책임자로 판단했다. 법원 판결이 이어지면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해 위헌이라는 재계 주장은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총수 최초 기소’ 삼표그룹 “회장이 경영상 결정”

<매일노동뉴스>는 1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공소장 3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공소장 3건 모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원청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업장은 대구 지역의 자동차 부품업체 ‘평화오일씰공업’, 경북 경산시의 중견 건설회사 ‘홍성건설’, 레미콘 제조업체인 ‘삼표산업’이다. 지난해 기소된 사건 11건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모두 14건이다.

올해 기소된 3건의 공통점은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한 사람을 경영책임자로 봤다는 점이다. 특히 검찰이 ‘중대재해 1호 사건’인 삼표산업 경기 양주시 채석장 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그룹 총수’ 최초로 기소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채석장 노동자 3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인 지난해 1월29일 붕괴된 30만 제곱미터의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공소장을 보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검찰 시각이 명확히 드러난다. 정 회장은 2021년 4월 당시 자원개발담당인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이사에게 석산별 인허가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이 대표이사는 신규 채석단지의 최종 허가까지 수년이 걸릴 상황을 고려해 부대시설을 즉시 채취 가능한 ‘하부채석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정 회장에게 보고했다.

정 회장은 일부 석분토를 이적한 후 하부 채석을 지시했다. 그 결과 채석장 사면의 기울기가 증가하며 사고가 터졌다. 검찰은 정 회장이 ‘경영상 결정’을 했다고 봤다. 붕괴 위험이 증가하는데도 정 회장이 하부채석장 설치 운영을 지시해 석분토 사면이 붕괴했다는 것이다.

‘허수아비’ CSO는 제외, 최종 결정권자는 회장

이러한 판단에는 정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석분토 야적장을 운영하며 채석장 운영상황뿐만 아니라 인허가 현황과 석분토 특성 등 골재산업 전반의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정 회장은 1997년 7월 석산을 인수한 뒤 2000년께부터 양주 사업소에서 야적장을 운영해 왔다.

삼표그룹의 ‘수직계열화’된 기업구조 역시 기소 여부를 갈랐던 요인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일관된 의사결정을 위해 삼표그룹과 삼표산업이 단일화된 절차로 정 회장의 경영상 결정을 지원했다고 봤다. 삼표산업의 주요 임원은 정례보고·월간실적회의·경영관리회의 등을 통해 그룹에 경영 사항을 보고했다. 정 회장은 최고경영자를 의미하는 ‘TM(Top Management)’으로 불렸다. 검찰은 정 회장이 안전·생산·인사·재무 등 전 부문을 총괄했다고 봤다.

특히 안전경영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로 판단하지 않은 부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까지는 삼표산업이 모든 안전사고를 최종 처리했다. 그런데 정 회장은 법 시행을 대비해 지난해 1월 삼표산업 생산담당 임원을 안전경영책임자로 선임했다. 하지만 검찰은 △안전사고가 정 회장에게 최종 보고된 점 △정 회장이 실무자들에게 사고 처리에 대해 종국적으로 지시한 점 등을 근거로 정 회장이 ‘최종 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중견기업 2건 모두 ‘시행령 4조 위반’


앞서 기소된 사건 역시 검찰 해석은 유사하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지난 2월14일 대구의 자동차 부품업체 ‘평화오일씰공업’ 공장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 A씨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원청 대표 B씨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해 10월19일 LDS산업개발 대표에 이은 두 번째 ‘원청 대표’ 기소다. A씨는 지난해 2월9일 베어링 씰을 제작하다가 압축성형기에서 튕겨 나온 플라스틱 공구에 이마를 맞아 3월10일 치료 중 숨졌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직원 980여명이 근무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검찰은 B씨가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을 설치하지 않고,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안전관리자 1명만 배치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4조 위반에 해당한다.

지난 3월17일 기소된 대구 지역의 중견 건설사 ‘홍성건설’ 사고도 마찬가지다. 홍성건설은 2007년 설립해 브랜드 ‘블루핀’을 내세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하청노동자 C씨는 지난해 6월8일 급수구역 확장사업 공사장에서 골재 등을 빗질하며 정리하던 중 후진하는 굴착기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공사금액이 87억원이라 법 적용을 받아 원청 대표 D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작업계획서 미작성에다 굴착기 유도자는 배치되지 않았고, 굴착기에 부딪힐 위험이 있는데도 노동자를 출입하도록 했다. 검찰은 ‘평화오일씰공업’ 사건과 동일한 법 조항을 적용했다. 나아가 수급인의 산재 예방을 위한 조치 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등(시행령 4조9항)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위헌 논란, 공소장 보면 무력화”

현재 기소 사건의 공통분모는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4조에서 정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미이행이다. 지난해 기소된 LDS산업개발·삼강에스엔씨·한국제강 등 사건 역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마련’과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기소 사건 모두 ‘안전관리·감독 부재’가 드러났다.

법조계는 기소 사건이 축적될수록 ‘경영책임자 해석’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형식적인 직위와 명칭에 관계없이 사업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과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를 경영책임자로 보는 검찰 시각이 정착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재계가 주장하는 ‘위헌성 논란’은 검찰 공소사실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공소장에서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결과 발생 사이의 관계를 인정사실에 입각해 구체적으로 적시함으로써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이 모호해 위헌이라는 주장이 과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 취재 : 홍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