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1-02-18 09: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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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3곳 운영하며 노동자 ‘뺑뺑이’ 돌린 사업주, 퇴직금은?

춘천지법 “알바 5개월·정직원 11개월이라도 업무 같으면 지급해야”


한 사업주가 운영하는 여러 법인에서 소속을 바꿨어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면 근로관계 단절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동일 사업주가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를 옮겨 근무하게 하는 방식으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하는 탈법 고용에 족쇄를 채웠다는 평가다.

 

17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춘천지법은 2일 법률서적 출판업자 백아무개씨가 로스쿨 학생 김아무개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채권반환 청구이의 소송에서 임금채권 추심은 정당했다며 기각했다.

김씨는 2016년 11월1일부터 2017년 4월1일까지 백씨가 운영하는 ㄱ주식회사에서 아르바이트 신분으로 일했고, 2017년 4월3일부터 2018년 2월22일까지 백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법인인 ㄴ학원에서 정직원으로 일했다. 업무는 변호사시험 기출문제 해설로 같았다. 백씨는 두 곳 외에도 ㄷ도서출판을 운영한다.

김씨는 퇴사 이후인 2019년 2월12일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등 897만344원을 받지 못했다며 임금체불 소송을 제기했다. 백씨는 당시 이 돈을 모두 청산하고, 초범이라는 점이 참작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백씨는 김씨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한 곳과 정직원으로 근무한 곳은 법인이 다르고, 정직원 근무 당시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무기간이 1년이 되지 못하므로 퇴직금을 청구할 수 없다며 청구이의 소송을 2019년 4월1일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는 16개월 동안 백씨의 업무지시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며 “김씨의 근무시간 체크와 업무내용 보고는 모두 같은 전산시스템으로 이뤄졌고, 백씨가 3개 법인의 회계·경리 업무를 한 명의 보조를 받아 직접 처리한 점 등으로 보아 근로관계의 단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는 2017년 4월1일과 4월3일 모두 같은 업무를 했는데, 백씨는 김씨의 종전 근로관계(아르바이트)가 단절됐음에도 연속한 업무를 한 이유나 사정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2017년 4월 이후 ㄴ학원 명의로 김씨에게 임금을 입급했다는 사정만으로 2017년 4월께 근로관계 단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송을 대리한 박성태 변호사(법률구조공단)는 “법원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려는 꼼수에 제동을 걸었다”며 “이번 소송으로 (백씨의) 법률전문 출판사는 새로운 판례해설을 직접 만들었고, 법조인 지망생은 혹독한 실전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취재기자 : 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