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3-02-20 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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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수노조-회사 합의는 다수노조 권리침해”...파바 노사합의 효력 정지

“소수노조는 회사와 합의도 못 하나”...소송 쟁점 주목해야

 

 

법원이 피비파트너즈와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간 노사협약 효력을 정지시켰다. 교섭권 없는 소수노조인 지회가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다수노조 교섭권 침해라는 판단이다. 


단체협약 명목으로 체결된 것이 아닌 협약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은 이례적이다. 법원은 노사합의가 실질적으로는 단체협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효력을 정지시켰지만 이러한 결정이 소수노조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갈등 끝에 합의 체결했지만...법원, "지회 노사합의는 다수노조 권리 침해"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5민사   부(재판장 박남준)는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 피비파트너즈를 상대로 낸 노사협약 및 부속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지난달 31일 "노사합의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이 없는 지회가 근로자의 노동조건, 대우, 단체적 노사관계 운영 등 사용자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해 체결한 것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체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피비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와 카페 기사를 고용하는 SPC의 자회사다. 피비파트너즈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조직돼 있고 피비파트너즈노조가 다수노조다. 회사는 다수노조인 피비파트너즈노조와만 교섭을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회사는 지회와 노사합의를 맺었다. 지난 2018년에 체결된 사회적 합의 이행, 부당노동행위 중지, 휴식ㆍ휴가권 개선 등에 관한 내용이다. 

2018년 파리크라상은 불법파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고용노동부는 파리크라상이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하고 있다면서 근로자 5400여 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지시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가맹점주, 회사가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파리크라상은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이들을 고용하기로 했다. 피비파트너즈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임금은 3년 안에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021년, 지회와 회사 간 갈등이 터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사회적 합의 이행이 완료됐다면서 대대적으로 선언했지만 지회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금에 관한 합의 외에도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협의체 운영, 불법파견에 대한 유감 표명, 부당노동행위 시정 등 대다수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회와 회사는 해를 넘기도록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협의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들은 10차례에 걸친 논의 끝에 다시 노사합의를 도출하게 됐다.

이번에 체결된 노사합의는 노사협약서와 부속합의서로 나뉜다. 노사협약서에는 회사와 지회가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와 노사간담회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를 인사 조치한다. 회사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신입 직원에게 노조 선택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 보건 휴가와 연차 휴가를 현행보다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속합의서의 내용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법원은 노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지회의 노사합의는 실질적으로 단체협약에 해당해 다수노조의 교섭권이 침해됐다는 판단이다.

피비파트너즈노조는 회사와 지회를 상대로 노사합의가 무효라는 소송과 그 회사를 상대로 노사합의 효력 정지 가처분을 냈다. 다수노조로서 단체교섭권을 침해받았다는 이유다.

법원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노사합의 내용은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단체적 노사관계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단체협약 체결 대상"이라며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는 피비파트너즈노조 없이 교섭권 없는 지회와 교섭하고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노사협약서와 부속협약서 효력을 정지시켰고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와 노사간담회도 중지시켰다.


"소수노조는 회사와 합의도 못 하나"...소송 쟁점 주목해야

피비파트너즈노조는 성명을 내고 법원 결정을 환영했다. 노조는 "지회는 소수노조로 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지만 사측은 밀실야합으로 노조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며 불법을 자행했다"며 "이제 우리 노조는 법원의 결정을 바탕으로 지금껏 지회와 사측이 저질러 놓은 잘못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 판결을 두고 비판도 나온다. 법원이 소수노조의 헌법상 권리인 단체교섭권을 아예 차단해버렸다는 지적이다. 

지회 측을 대리하고 있는 손명호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법원은 노사협약을 단체협약이라고 보고 소수노조의 단체협약 체결은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했다"며 "결국 소수노조는 사용자와 아무런 합의도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손 변호사의 설명은 이렇다. 이번 노사합의는 단체협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8년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논의하자는 후속 협약이다. 또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라도 사용자와 법적 분쟁이 있으면 분쟁 종결을 위한 합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노사합의까지 무효라고 보면서 소수노조의 권한을 제한했다.

그는 "사인 간 계약은 당연히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사합의를 단체협약으로 보더라도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이 갖는 헌법상 권리로 소수노조의 교섭권 자체를 형해화 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지회 측은 가처분을 회사를 상대로만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사합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소송은 지회와 회사를 상대로 냈지만 가처분은 회사만을 상대로 했다. 지회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것도 알 수 없었고 대응도 할 수 없었다.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지회는 회사에 개별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개별교섭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간담회 방식을 택한 것이었는데 법원은 이것조차 효력을 정지시켜 버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임 지회장은 "사실 합의 내용이 잘 이행되지 않고 있어서 효력이 중지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본안소송의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수노조와 회사 간 합의의 효력에 대해서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어서다. 소송에서는 노사합의의 성격과 다수노조 권리 침해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회는 함께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취재: 이지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