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복지포인트에 근로소득세 못 뗀다” 첫 판결
코레일, 복지포인트 환급 청구 소송 … 2심, 1심 뒤집고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 비해당”
‘복지포인트 임금성’ 부정 대법원 판결 전환점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전고법 행정1부(재판장 이준명 부장판사)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근로소득세경정청구 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1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이 경과한 후 5년 이내에 과다 납부한 세액을 바로잡도록 과세 당국에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코레일은 2007년부터 복지후생 규정에 따라 수습사원·기간제·정규직 등 전 임직원들에게 매년 1월1일 포인트 1점당 1천원에 상응하는 복지포인트를 일률로 지급했다. 임직원들은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면서 복지포인트를 사용하거나 복지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선구매한 후 복지포인트에 상응하는 돈을 환급받았다. 다만 매년 12월20일까지 사용하지 못하면 복지포인트는 소멸했다.
사측은 2015년에도 건강관리·자기계발·문화레저 등 항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해 지출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제공했다. 이후 코레일은 복지포인트를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으로 보고 원천징수했다. 그런데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9년 8월 서울의료원 사건에서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복지포인트의 소멸·양도 불가능·근로와 무관한 배정 등이 근거가 됐다.
근기법·소득세법 차이 쟁점, 1심은 ‘근로 대가’
대법원 판단에 따라 복지포인트의 과세 여부가 논란거리가 됐다. 소득세법은 근로소득의 개념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로 본다. 반면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금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개념이 더 넓어 대법원 판결 이후 복지포인트의 소득세법상 ‘근로소득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코레일도 이러한 점을 주목했다. 과세당국이 복지포인트는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며 환급 경정청구를 거부하자 코레일은 지난해 2월 소송을 냈다. 코레일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인단은 “복지포인트는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돼 지급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소득세법의 근로소득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공무원 복지포인트’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과세당국은 공무원 복지점수는 복리후생 성격의 경비로 분류해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고 과세하지 않고 있다.
1심은 코레일의 청구를 기각했다. 근로를 제공하고 받는 ‘일체의 급여’는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이라고 판단했다. 복지포인트는 요양보상금·실업급여·학자금 등 소득세법이 열거한 비과세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임금성을 부인한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모든 직원에게 균등하게 계속적·정기적으로 복지포인트를 지급했으므로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심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 성격, 후생적 급여와 달라”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쟁점은 복지포인트의 ‘근로조건’ 해당하느냐와 복지포인트 제공을 금원 지급으로 인정하느냐로 모아졌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 성격은 ‘근로복지’에 해당할 뿐 임금·근로시간 등을 정한 ‘근로조건’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선택적 복지제도를 정한 근로복지기본법을 근거로 삼았다. 근로조건 중 ‘후생’은 근로복지와 별개란 취지다. 재판부는 “복리후생 성격의 급여는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나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근로복지에 해당해 개념적으로 구분된다”며 “복지포인트는 원고가 지급하던 각종 복지수당(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 포함)과는 구분되는 새롭게 도입된 기업복지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복지포인트는 ‘후생’ 성격의 급여와 다르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아울러 복지포인트의 금원을 ‘지급’하는 성격과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복지포인트는 현금과는 달리 사용 용도와 방법이 제한적이고,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며 양도도 불가능하다”며 “복지포인트의 사용·수익·처분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을 보더라도 근로소득 범위에 해당하는 다른 급여를 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으로 보지 않으면 조세중립성·공평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과세당국 주장도 배척했다. 또 공무원과 코레일의 복지포인트는 형태가 사실상 동일해 과세 여부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조세형평에 반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과세당국 상고, 확정시 업계 큰 ‘파장’
복지포인트의 ‘근로소득’ 여부는 대법원 판단에 달렸다. 과세 당국은 지난 16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만약 대법원에서 2심이 확정되면 복지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을 비롯한 업계 전반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복지포인트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는 조세심판원 결정과 법원 판결이 주를 이뤘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복지포인트를 비과세 대상으로 본다면 사용자가 포인트 지급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원천징수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8월 서울행정법원도 한화손해사정이 낸 소송에서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근로소득에는 임금에 포함될 수 없는 위로금·특별상여금 또는 실비변상적 성격의 급여까지 포함된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복지포인트를 쓴 노동자들에게 불합리한 결과가 조정될 것으로 진단한다. 코레일을 대리한 장성두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대법원이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함으로써 사기업 임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는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 산정 등의 기초로 사용되지는 못하면서도 세금은 부담해야 하는 부당한 결과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택적 복지제도에 기초한 복지포인트가 옛 소득세법 20조1항1호의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번 항소심 판결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의 개념과 범위, 선택적 복지제도의 취지와 내용, 소득세법상 근로소득 및 선택적 복지제도에 관한 그동안의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 비춰봤을 때 합리적이고 타당한 판단”이라며 “현재 과세 관청이 2심에 불복해 상고한 상황인데,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