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고정성’ 제외 후폭풍 잠재우나…고용부 “통상임금 컨설팅 지원”
고용노동부가 11년 만에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개정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폐기하는 새 법리가 나오고 한 달여 만이다. 고용부는 "지원 필요성이 있는 사업장에는 통상임금 컨설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6일 오후 '개정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2014년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이 발표되고 11년 만의 개정이다.
11년 전 지침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갑을오토텍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고, 이번 지침은 지난해 12월 19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한화생명보험ㆍ현대자동차)을 계기로 개정됐다. '고정성' 사라지자 기업 현장 발칵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을 재정립했다. 기존 판례는 근로자가 받는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갖췄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이 폐기됐다.
이에 새 법리는 통상임금을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경우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으로 규정했다. 새 법리의 등장으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나 근무일수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고용부는 지침을 통해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먼저, '소정근로의 대가'는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을 말한다. 고용부는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 산정 등을 위한 기준임금이기 때문에 사전에 확정돼야 하고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침에 따르면 소정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는 임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를 제공하여 지급받는 임금 ▲근로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 외의 근로를 특별히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는 임금 ▲소정근로의 제공과 관계없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주휴수당 등과 같이 개념적으로 통상임금이 될 수 없는 법정수당 등이다.
어떤 임금 항목이 '정기성'을 갖추기 위해선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돼야 한다. '일률성'을 갖추려면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성질이 있어야 한다 이때 일정한 조건엔 작업 내용이나 기술, 경력 등이 포함된다.
고용부는 "정기성과 일률성은 임금의 지급 시기(정기성)와 지급 대상(일률성)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지도록 요구(사전적 산정가능성)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사전에 결정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가족수당의 경우 일률성이 인정되지 않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임금에 관한 조건이나 임금 항목의 유형, 내용 등은 사업장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며, 무효 사유가 없다면 효력도 가진다.
다만, 고용부는 "통상임금은 당사자가 그 의미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강행적 개념이고, 노사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범위보다 낮은 임금 등으로 불리하게 계약하는 것은 무효"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지침에 따르면 2013년과 2024년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특정 시점 재직 시에만 지급되는 금품', 즉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다.

기존에는 명절귀향비나 휴가비 등 재직자만 지급받을 수 있는 금품을 통상임금이라고 보지 않았다. 근로의 대가가 아닐뿐더러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러나 새 법리는 재직자만 지급받는 금품 또한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인정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 지급돼 정기성을 갖췄으며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해 일률성이 있다고 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용부는 기업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인센티브나 격려금 등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존 법리에선 인센티브나 격려금이 사전에 미확정된 금품이고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지만, 새 법리에선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용부는 "통상임금이 금품의 명칭이 아니라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상여금과 수당의 명칭보다는 지급조건과 운용실태 등 객관적 성질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판단할 수 있도록 사업장에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잡한 통상임금, 정부가 컨설팅 지원" 10년 넘게 굳혀진 통상임금 기준이 바뀌면서 기업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고용부는 노사 간 혼란과 갈등을 막기 위해 컨설팅을 제공할 계획이다.
지방관서는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이 제외돼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졌다는 내용 전달을 중심으로 지도할 예정이다. 또한 노사 간담회, 설명회 등을 통해 현장에서 대법원 판결과 지침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통상임금에 해당함에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는 수당이 있는 경우엔 노사 협의를 통해 판결 취지에 맞게 단체협약 등을 변경할 것을 지도한다. 고용부는 노사가 약정 통상임금을 정한 경우 법정 통상임금과 비교해 미달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또한 사용자가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노사 협의 및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급 조건만 바꾸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지도할 계획이다. 고용부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컨설팅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으로 적극 연계할 방침이다.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은 노사발전재단 및 민간 수행기관에서 수행한다. 20인 이상 사업장에 전문 컨설턴트가 방문해 기업의 상황을 진단한다. 이후 임금 항목을 간소화하거나 직무ㆍ성과 기반의 임금체계를 설계하는 등 개선 방안을 도출한다. 고용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복잡한 임금구조를 단순화하고 미래지향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월간노동법률 박정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