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정리해고ㆍ임금체불’ 폭탄…“해고 요건 변경ㆍADR 도입해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으로 본사와 납품업체 근로자들이 정리해고와 임금체불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이 회생 절차에 돌입한 경우 근로자들의 고용ㆍ임금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고 요건 변경,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DR)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은 지난 10일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했다. 기업회생은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업이 부채를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경우 신청한다. 법원이 회생 신청을 받아들이면 법원의 관리 아래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
홈플러스는 2020년 영업이익이 933억 원을 찍고 2021년부터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금융기관에선 홈플러스의 금융 부채가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4일 A3-였던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D로 하향 조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최근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 자금 측면의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단기 자금 상환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정리해고 불안에 노조 "해고 요건 변경 필요"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이번 기업회생 개시가 근로자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수용 홈플러스지부 지부장은 "과거 쌍용자동차 사례에서 보듯 회생 절차에서 고정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심각한 구조조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2만 명의 직영 직원, 10만 명의 협력업체 직원이 있는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회생 절차에서 정리해고가 포함된 대표적인 사례가 쌍용자동차 사건이다. 쌍용차는 2009년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에서 기업회생이 결정되면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회계법인)이 자산ㆍ부채를 조사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법원은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해 회생이나 청산을 결정하고 지정한 관리인에게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명령한다. 법원이 제출된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면 계획안에 따라 구조조정이 실시된다.
쌍용차는 회생 절차 중 근로자 2646명에 대한 감원 필요성이 제기됐고 법원은 정리해고가 포함된 회생계획안을 승인했다. 법원의 승인 후 노조에 정리해고를 통보했지만 노조는 쌍용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펼치며 회사와 대립했다. 결국 1666명이 희망퇴직했고, 980명이 정리해고되면서 쌍용차 회생 절차가 마무리됐다.
지부는 홈플러스가 쌍용차처럼 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MBK 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2015년부터 인력 감축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공시에 따르면 홈플러스 근로자는 2015년 2만6477명에서 2024년 2만12명으로 감소했다. 안 지부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지속적으로 알짜 점포 매각, 인력 감축, 부서 통합이 있어왔다"며 "이번 회생으로 기업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점포 매각, 폐점, 인위적인 정리해고가 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지부는 근로자들의 정리해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고용안정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지부장은 "노사가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해 현장 노동자를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가 이미 회생 절차에 돌입해 정리해고 여부는 회사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게 됐다"며 "의사결정권한이 법원에 있어 회생계획에 대한 법원의 인가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티몬, 위메프 등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갈 때마다 근로자들은 정리해고 불안에 떨고 있다. 기업회생 때마다 반복되는 근로자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한 제도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석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정리해고 위험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채무자회생법과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채무자회생법에는 사실상 노동자 보호 장치가 없다"며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의 노동자도 보호하기 위해서는 채무자회생법에 노동자 보호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생 절차에 돌입한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해 노조나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있을 때만 정리해고를 인정하면 노동자를 확실히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위기에 놓인 기업에게 예외적으로 해고 요건을 완화해야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변호사는 "기업이 회생 절차에 돌입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도 근로기준법상의 통상해고, 정리해고 절차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금체불' 제2의 티메프 사태?…ADR이 대안 될까
홈플러스 하도급업체들의 임금체불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홈플러스가 일부 하도급업체의 도급비 지급을 미뤄 제2의 티몬ㆍ위메프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 임직원에 대한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고 하도급업체에 대한 도급비 미정산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안 지부장은 "홈플러스로 납품하던 업체가 납품을 중단하고 법인카드가 사용 중지됐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직원들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퇴직금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 변호사는 이번 사태가 티메프 사태처럼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 변호사는 "티메프는 대금 지급 능력이 없어 문제가 됐지만 홈플러스는 다르다"며 "기업이 회생 절차에 돌입한 경우 법원의 허가가 없으면 변제가 불가능한데 법원이 이미 변제 허가를 해 추가적인 대금 미지급과 임금체불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근로자들의 임금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회생에도 대안적 분쟁해결제도(ADR)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기업이 회생 절차에 돌입했다'는 말이 나오면 그 시점부터 자금 수급이 더 어려워진다"며 "회생신청 전에 중재전문가를 통해 기업의 위기를 조율하는 방법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ADR 절차 진행 시 세재 우대 혜택이나 절차 개시부터 종료까지 채무 보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연결 융자를 해주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회생이 아닌 위기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이재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