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노무법인비상(admin) 시간 2022-10-18 15: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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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신호?...현대차 ‘총무성 업무’ 불법파견 또 부정

 

현대자동차 생산공장에서 경리 업무를 수행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불법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완성차 업계의 총무성 업무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현대차의 판결만을 토대로 총무성 업무의 불법파견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경리 업무를 맡은 현대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A 씨 등 10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닌 판결에 해당하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 "현대차 경리 직원, 불법파견 아냐"
 
A 씨 등은 현대차 아산ㆍ전주공장에서 경리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사내협력업체 소속 생산직들의 근로시간, 배치 현황, 실적 등을 작성하고 공정별 부자재나 소모품을 신청하는 업무를 맡았다.
 
A 씨 등은 현대차의 지휘ㆍ감독을 받으면서 사실상 파견 형태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들과 같은 업체 소속인 생산직들은 앞서 법원 판결을 통해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그러나 법원은 A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 2, 3심 모두 결론은 같았다.
 
법원 설명은 이렇다. 현대차는 A 씨 등의 채용과 근로조건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리 사무원은 현대차가 자체 분석과 시간당 생산량 등을 고려해 결정한 표준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관리자 인건비'를 토대로 사내협력업체가 자체적으로 채용할 수 있었다.
 
A 씨 등은 작업시간과 실적 등을 입력하는 현대차의 협력지원시스템(COSM) 아이디도 발급받지 못했다. 같은 업체 생산직들의 근로시간과 배치 현황, 실적을 정리해 현대차로 보냈지만 이를 현대차의 지휘ㆍ감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1심은 "A 씨 등은 사내협력업체 생산직들의 근로시간, 근태 상황, 인원 배치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작성했지만 작업일보ㆍ작업월보, 특근작업 실적서 등을 현대차에 바로 제출한 것이 아니라 초안을 작성한 후 사내협력업체 소장, 대표의 결재를 받아 사내협력업체 대표 명의의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협력업체 생산직들에게 지급할 임금 등에 관해서는 현대차 협력지원팀 직원과 사내협력업체가 지급 기준ㆍ방식 등을 공유했다"며 "이 경우에도 (A 씨 등은) 사내협력업체 대표 명의의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작업배치권ㆍ인사권 행사 안 해"
 
현대차가 배포한 양식에 맞춰 견적서 초안을 작성한 것도 지휘ㆍ감독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A 씨 등의 업무가 현대차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지 않다는 점도 법원 판단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 사무직과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경리 사무원의 직무가 사업체를 운영하기 위한 통상적인 행정 업무인 만큼 현대차 사무직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맡았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했다.
 
2심은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추가 판단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현대차 직원 등이 A 씨 등에게 각종 자료의 작성ㆍ제출에 관한 요청을 하거나 양식ㆍ기준을 제공했다는 사정 등을 종합하더라도 현대차가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정원이 40명인 사내협력업체의 경우 경리 사무원 1명분의 인건비를 계약단가에 반영한다는 현대차의 견적서 작성 기준과 관련해서는 "사내협력업체가 계약단가 협상을 위해 작성해야 하는 기초자료에 불과하고 실제 사내협력업체가 견적서 작성 기준에 구속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대차가 견적서 작성 기준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경리 사무원들에 대한 작업배치권이나 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A 씨 등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 현대차 '총무성 업무' 불법파견 또 부정
 
대법원에서는 현대차의 총무성 업무와 관련해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판단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우편물을 발송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는 협력업체 근로자의 경우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유지하는 형태였다.
 
법원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 총무팀 하위부서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판단했다. 현대차 지휘 아래 업무를 수행하지도 않았고 주요 업무인 자동차 생산과도 구별되는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하급심에서는 여전히 총무성 업무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8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전산 유지ㆍ보수 업무를 맡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관된 대법 판단, 완성차 업계 향한 신호?
 
최근 판결들을 종합하면 대법원이 완성차 업체의 총무성 업무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심리불속행 기각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대법원이 일관된 판단을 유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해석대로면 앞으로 불법파견 분쟁의 최대 전선은 직접생산공정이나 총무성 업무가 아닌 간접생산공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심리불속행은 심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원심판결이 맞고 더 이상 논의해야 할 실익이 없다는 의미인 만큼 대법원의 의사도 원심 판단에 맞춰져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요즘에는 총무성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것이 거의 일상적이기 때문에 만약 총무성 업무마저도 불법파견으로 본다면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성 업무의 불법파견 경향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 판결만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이뤄지는 총무성 업무의 불법파견 여부를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지지하기는 했지만 대법원의 판단 배경이 직접 확인되지 않았고 한 회사의 판결만을 놓고 대법원이 (총무성 업무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무성 업무라고 해서 불법파견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총무성 업무가 외주화하기에는 적합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불법파견 문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월간노동법률 취재 : 김대영 기자]